안락한 캠핑은 '그만~' 좀 불편해도 자연친화 'OK' 오토캠핑 줄고 오지캠핑·솔로캠핑·백패킹족 증가
캠핑 시장의 지나친 장비 경쟁에 지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쉽고 간편하게 캠핑을 즐기는
'이지캠핑'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김백규 블랙야크 상품기획부 차장은 "캠핑장까지 가서 또 스트레스를 받을 수는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이지(쉽고), 펀(재미있는) 캠핑이 대세가 되고 있다.
캠핑초보자뿐 아니라 경험자들도 될 수 있으면 간편하고 간단한 방법으로 사용이 가능한 제품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획일화된 오토캠핑 스타일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감성캠핑,
당일치기 나들이 캠핑 등 다양한 형태의 캠핑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고급·대형화 장비 위주로 제품을 내놓던 캠핑 업체들도 이지캠핑 콘셉트의 캠핑용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특히 무거운 폴대 없이 공기 주입만으로 3분 만에 설치가 가능한 텐트나
소형 사이즈의 경량 의자, 몇 번 접기만 하면 침대와 탁자 등으로 변하는
일명 '트랜스포머' 제품들이 단연 인기 품목이다.
김성욱 콜맨코리아 마케팅팀 차장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가볍고, 사용법이 단순하고,
수납과 운반도 편한 미니멀한 제품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굳이 캠핑장에 가지 않고서도 가까운 한강이나 공원 등에서
가볍게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제품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다양한 캠핑 문화가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전했다.
캠핑 본연의 의미 찾기 열풍
가볍고 간편한 캠핑용품 인기
캠핑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자연 속에서 마음의 안정을 얻는 캠핑 본연의 의미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두드러지는 것은 배낭 하나에 야영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갖추고 떠나는 '백패킹(Backpacking)'이다.
'대한민국 오토캠핑장 602'의 저자 김산환 씨는
"자연으로 돌아가 약간의 불편을 느끼는 것이 캠핑의 묘미"라고 강조했다.
백패킹은 차가 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하는 오토캠핑과 달리 장소가 어디가 됐든 관계없는 것이 장점이다.
작은 텐트와 기본적인 캠핑용품이 들어가는 배낭 하나만 있다면 발길 닿는 곳 어디든지,
누구와도 떠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응을 사고 있다.
백패커동호회원 김정태 씨(39)는 백패킹의 매력을 "장비를 줄임으로써 진짜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장소 제약이 없어 자유로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토캠핑을 하다 보면 막상 나가서 즐길 시간이 줄어든다.
차를 타고 캠핑 장소에 도착해 장비 세팅하고 밥 먹고 나면 벌써 잠잘 시간이 된다.
일어나면 또 장비를 거둬야 한다.
장소의 제약도 크다.
차를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결국 사람이 많은 대형 캠핑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쉬러 가는 게 아니라 좋은 자리를 찾아 헤매다 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김 씨의 경험담이다.
혼자 떠나는 '솔캠(솔로캠핑)',
인적이 드문 곳에서 야영을 하는 '오지캠핑'을 즐기는 캠핑족도 점차 증가 추세다.
캠핑 경력 7년 차인 구기청 씨(43)는 오지캠핑을 주로 즐긴다.
야영을 하기 위해서는 산 정상에 가까운 곳으로 올라가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트레킹(Trekking)과 연결된다.
"걷는 것을 좋아해 시작했는데 이제는 오지캠핑 자체에 중독됐다.
전기도 물도 들어오지 않지만,
오감으로 받아들이는 맑은 공기와 원시적인 자연의 느낌은 불편함을 잊게 만든다.
남들이 모르는 나만의 장소를 찾아가는 즐거움은 배낭을 다시 싸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구 씨는 말한다.
고가 장비 NO! 실속파 캠핑족 등장
중고거래·해외직구·공동구매 활용
캠핑 시장에 고가 장비 경쟁이 만연하면서 거꾸로 실속 있게 캠핑을 즐기는 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중고 장비를 거래하거나 해외직구(직접구매)·공동구매 등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고 캠핑용품 시장은 전체 캠핑 시장 규모의 3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캠핑 시장 규모가 6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중고 시장 규모만 1800억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중고 시장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쓰던 캠핑용품을 위탁판매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캠핑트렁크'는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고 판매대행을 진행한다.
소비자로부터 중고 캠핑용품을 사들인 뒤 상태에 따라 가격을 책정해 다시 판매한다.
신상품은 최대 30% 할인된 가격에 구매가 가능하다.
중고에 대한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구입가의 70%까지 보증해주는 제도도 만들었다.
예를 들어 50만원 주고 산 텐트가 맘에 들지 않아 반납하고 싶다면 35만원을 돌려받고 되돌려주는 식이다.
주로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던 중고거래를 오프라인 매장으로 양성화하면서
물품 손상이나 파손, 거래 사기 등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없앴다.
소비자 반응은 뜨겁다. 지난해 4월 경기도 하남시에 1호점을 오픈한 것을 시작으로, 인천·부산·광주 등 전국에 8개 매장이 운영 중이다.
중고 캠핑용품을 주로 이용한다는 캠핑 경력 6년 차 박상우 씨(40)는
"일 년에 3~4회 정도 사용하게 되는 캠핑용품의 특성상 중고 제품도 새것과 다름없는 경우가 많다.
관리가 잘된 중고 제품을 '득템'하는 즐거움도 있어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해외 브랜드 '직구족'도 늘고 있다.
국내 최대 해외배송대행 업체인 '몰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캠핑용품 배송대행 건수는 전년 대비 2.3배 증가했다.
직구는 상품에 따라 AS가 안 되는 경우도 있어 텐트처럼 사후관리가 필요한 제품보다는
랜턴·버너·히터·장식용품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소품이 인기다.
중고보다 싼 가격에 해외 유명 브랜드의 새 제품을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캠핑 마니아들 사이에선 주문제작형 공동구매도 인기다.
인포캠핑·조이캠핑·캠핑룸 등 현재 운영 중인 캠핑용품 공동구매 사이트만 10여개가 넘는다.
"캠핑족들의 경쟁이나 과시욕은 아직 국내 캠핑산업이 덜 성숙했다는 증거다.
거시적인 측면에서도 캠핑이 비싼 취미로 인식되다 보면 장기적으로 캠핑산업이
성장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처음 캠핑을 시작했을 때부터 제대로 된 정보를 통해
합리적인 구매를 한다면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캠핑 본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심규석 캠핑아웃도어진흥원 사무국장의 얘기다.
해외 캠핑산업·문화는?
트레킹·낚시·래프팅과 병행하는 게 일반적
일찌감치 캠핑산업이 시작된 미국·호주 등의 국가에서 캠핑은 보편적인 여가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트레킹이나 낚시, 래프팅 등 다른 레저활동과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즐기려는 목적이 두드러진다.
국립공원제도가 발달한 미국에서 캠핑은 대표적인 레저활동이다.
매년 5000만명에 가까운 미국인들이 캠핑에 참여하는데, 6세 이상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수치다.
캠핑산업 규모도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
50개주마다 약 400개에 달하는 캠프장이 있어 전국적으로 2만여개 캠프장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다.
2012년 기준 캠핑장비 시장 규모는 186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캠핑 경험자의 84%가 캠핑과 함께 하이킹·낚시·카약 등 타 레저활동을 병행한다고 답했다.
호주의 캠핑산업은 지난 10년간 여행 부문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분야 중 하나다.
최근 7년간 매년 15%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미 캠핑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정도로 대중적인 문화코드로 자리 잡았다.
15~44세의 가족그룹이 전체 캠핑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55세 이상의 은퇴한 실버세대의 캠핑 비율이 점점 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호주 캠핑 시장을 대표하는 것은 캐러밴 문화다.
호주 전역에 2700여개의 캐러밴 공원이 있고,
호주인의 87% 이상이 캐러밴 공원에서 머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대경 태안둘레길캠핑장 대표는
"캠핑 문화가 오랜 기간을 거쳐 정착된 해외 국가들을 보면
자연친화적인 캠핑 프로그램들이 발달해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캠핑 프로그램인 선트랙(Sun Track)은
10여명의 사람들이 함께 캠핑카를 타고 대자연을 경험하는 것이다.
10일에서 1달 사이 기간에 나파밸리, 그랜드캐니언 등을 돌며 트레킹한다.
국내에서도 빠른 시일 내에 이런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서은내 기자 thanku@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63호(06.25~07.01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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