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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글

어느 일본인 아내의 도시락 편지

 

어느 일본인 아내의 도시락 편지

이형문 인생교양 칼럼 98
어느 일본인 아내의 도시락 편지

운명의 만남(2)

어느 일본인 아내의 도시락 편지

다음의 글은 일본 잡지책에서 읽은 내용을 옮긴 글입니다.

일본 동경에서 신간선으로 한 시간정도 떨어진 거리의 ‘지바“현에 사는 불우한 집안의 환경인 한 젊은이가 끝내 공업고등학교 과정의 배움을 중도에 포기하고 그 지방 배관공장(제일 고주파)회사 용접부에 취직되어 말단 공원으로 일하고 있던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는 늘 흉하게 기름 때 묻은 옷과 얼굴 모습을 혐오하며 끝 모를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었고, 누구 하나 가까운 동요도 없이 쓸쓸하게 홀로 일과 후에는 술만 마시며 우울증 같은 방탕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우연한 카페에서 마음 착한 한 여자를 알게 되면서 서로 사랑하게 되었고 드디어 그녀와 결혼까지 하였습니다. 이 남자의 아내는 진정으로 그를 사랑했고, 그가 비록 보잘것없는 말단 공장에서 기름 때 묻은 일을 하고 있었으나 아내는 유난히 정을 많이 쏟아주는 남편의 사람 됨됨이를 늘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아내의 도리를 다 하였습니다. 그런 착한 아내에게 늘 적은 월급과 찌든 작업복 차림으로 돌아 올 때마다 부끄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그런 어느 날 집에 돌아온 남편의 모습을 보니 유난히도 피로에 지친 모습이라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아내는 매일 아침 남편에게 정성어린 도시락 가방을 싸주면서 편지를 써 접어 함께 드렸습니다.

편지 첫 머리에 ”나는 정말 당신이 자랑스러워요“아내로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같이 이렇게 쓰여 진 편지를 받은 남편은 처음 얼마간은 아내가 자신에게 용기를 주려고하는 편지려니 생각하고 그저 덤덤하게 고맙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도 아내의 편지는 그칠 줄 몰랐습니다. 그래서 자신도 아내에게 보답차원에서 무언가 남겨야 하겠기에 평소보다 두 시간 일찍 공장에 출근해서 미처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는 어두운 창고를 청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이른 시간을 선택했고, 직원들이 출근 전에 모든 일을 보이지 않게 다 끝마쳤습니다. 그는 아내에게 이런 사실을 자세히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 일로인해 아내와 보이지 않는 기쁨이 싹으로 자라났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많은 세월이 흘렀답니다. 그날 아침도 여전히 아내가 싸준 도시락에는 편지가 들어있었습니다. 그날 아침의 편지를 읽고 점심 도시락을 먹고 나니 사장실로부터 급히 오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내가 무슨 잘못한 것도 없는데 사장님이 왜 나를 부르는 것일까?“ 그는 영문도 모른 채 서둘러 사장실로 올라갔습니다. 사장님이 뜻밖의 말을 했습니다.”나는 20년 전부터 자네를 지켜봐 왔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자네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묵묵히 일해 온 자네에게 온 마음으로 경의를 표하네“. 그렇지만 사장님! 난 그냥 내가 좋아 한 일일뿐입니다. 알았네. 지금 내가 좀 바쁜 약속이 있어 밖에 나가봐야하니 자네도 그냥 나가보게나. 그 다음 날 출근을 하니 부장으로 승격돼 있었습니다.

부장이 되어서도 공장 청소만큼은 변함없이 자신이 했습니다. 자식 둘의 알뜰한 아내가 된 부인이 하루는 편지 속에“나는 당신이 너무 자랑스러워요” 20년을 변함없이 하여준 아내의 이 말은 무력감과 열등감에 지쳐있는 남편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높이 세워놓은 힘이 되었습니다. 자칫 무시당하기 쉬운 무력함에 그토록 오랫동안 한 결 같이 따뜻한 시선만을 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내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매일 적어준 도시락 편지는 진정한 마음속에서의 사랑이었습니다. 또한 아내가 해준 격려는 그에게 크나큰 힘이 되고 용기가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토록 긴 시간을 오직 한 마음으로 기나긴 꿈을 꾸게 했던 것입니다.

이상의 글을 읽으며 우리나라 주부님들도 이런 정신의 주부가 많이 나와야 하겠다는 의미에서 여기에 옮겨봤습니다. 특히나 일본 여인들의 애교라고하면 정말 아무리 화가 났다가도 그냥 살살 녹아 내리 듯 그 상냥함에 도취돼 버리고 만다는 것을 필자는 수 십차래 일본을 드나들며 느끼는 소감이었습니다. 옛날 말에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남자지만 남자를 움직이는 것은 여자의 힘이라 했습니다. 내조의 보이지 않는 노력은 한 가정을 행복하게 하는 주부의 정신에 달려있고, 가정이 파탄되는 가장 큰 이유는 남편을 존경하며 주부가 가정을 지켜야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진정한 가정의 중요성을 모른 채 질서 없는 생활로 삶을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옛 부터 전해오는 말에 옹기그릇을 밖으로 내 돌리면 깨지고 만다는 이치와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