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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손의발길

산티아고 그여정을 꿈꾸며...

 

 

 

 

야고보(St. james)는 예수의 열 두 제자 중 한 명으로 복음을 전파하다 팔레스타인에서 참수당했고
그의 시신은 돌을 운반하던 배에 실려 이베리아 반도 북부로 옮겨져 리브레돈 언덕에 묻혔다고 전해진다.
이런 연유로 산티아고는 예루살렘, 로마와 함께 기독교 3대 성지로 공인받았으며 연중 수많은 순례자들이 찾는 이유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유럽 어디에서나 산티아고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으면 새로운 행로가
만들어진다. 그것이 산티아고 가는길이다. 물론, 수많은 갈래의 길들은 스페인에 접어들면서 서너 개로 수렴된다.



한국인의 공식 출발지라고 할 수 있는 스페인과 프랑스 사이 국경 마을인 생 장 피드포르(St. Jean-Pied-de-Port)에서
이베리아 반도 북부를 가로지르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약 800㎞의 구간으로
1천800여 개의 유적이 늘어서 있다. 몇 년 전 부터 도보여행지가 각광받으면서 종교적인 순례목적 뿐 아니라
자기 발견을 위한 순례여행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는 길이다.

순레자임을 증명하는 크레덴셜(순례자 여권) 을 발급 받으면서 순례길은 시작된다.
이 여권이 있어야 순례자 전용숙소에서 묵을 수 있다. 알베르게라 불리는 곳으로 도미토리 유스호스텔 같은 곳이다.
3~6유로정도로 시설에 따라 인터넷, 빨래, 주방시설, 심지어는 마사지까지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마을마다 있는 바(Bar)에서도 스템프를 찍어주는데 빈 공간에 스탬프로 일정을 채워나가다 보면 스템프 찍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흔히 일생을 길에 비유하여 표현하는 데 인생길이 산티아고만 같아도 걸을만 할 것이다. 단지 길이 가르쳐 주는 대로
발을 옮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미 수 많은 사람들의 흔적으로 다음 사람의 발걸음을 배려한 흔적들. 수십년은
됐음직한 고목, 작고 커다란 바위에 그려진 노란 화살표. 오래된 건물의 벽면을 장식한 수호를 상징하는
조가비 문양이 그런 것들이다. 이 이정표를 따라가면 하루 밤을 보낼 숙소와 소박한 끼니가 기다리고 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부엔 카미노'라며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마을 사람들이나
길 위에서 만나게 되는 국적 다양한 친구들과 한끼를 마주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필수 준비물 점검

배낭

무조건 가벼우면 좋다. 30일이 넘게 계획했든 단 일주일만 걷다 오든 배낭은 가벼울수록 좋다. 첫날 생장에서부터 절망하지 않으려면 욕심을 버리는게 좋다. 사실 조금의 불편만 감수하면 짐 때문에 힘들어야 할 일이 없다. 그러니 남들이 세수비누 하나 챙길 때 삼푸,린스, 클린징 폼, 마사지크림, 손세정제를 굳이 따로 챙기지 말자.

침낭
침낭 역시 부피가 작고 가벼운 것이 좋다. 물론 보온성도 탁월해야 한다. 침낭이 무겁다는 이유로 알베르게에서 제공하는 담요를 사람들도 많은데 담요를 제공하지 않는 알베르게도 있으니 웬만하면 여름용 침낭이라도 챙기는것이 좋다. 담요를 덮거나 외투를 껴입는것도 좋은 방법이다.

신발
딱히 꼭 등산화를 신어야 된다는 법은 없다. 운동화를 신기도 하고 단화를 신기도 하고 심지어는 맨발로 걷는 순례자들도 있다. 신발은 스포츠 매장에서 구입하는 비싼 전문브랜드도 좋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내 발에 잘 맞냐'는 것이다. 새 신발보다는 적당히 신어줘서 내 발에 익숙한 신발이 좋다. 신고 갈 신발을 정하고 미리 가까운 산을 등산해 길을 들이면 최고 좋은 신발이 되겠다. 단, 순례중에 신발창이 망가지거나, 구멍이 난다든가 하는 문제가 발생하면 낭패다.

양말
등산양말로 구입하길 권한다. 앏은걸로 하면 좋다. 발 무좀을 염려하여 발가락 양말을 챙겨갔다가 오히려 발에 신발이 꽉끼어 피가안통하는 경우도 있다. 평범한 양말이 좋다. 아이들인 경우 일반양말도 좋다.

판초(우의)
연중 언제든 비가 오는 기후이고 재빨리 비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판초우의를 준비해야한다. 천원상점이나 문방구 같은데 가면 1000원짜리 비닐우의를 준비해야 한다. 우산이나 다른 우의는 무거워서 금물. 

기타등등

가기전 준비하기

몸 만들기 - 체력단련 
살이 쪘다면 체중을 3~4Kg 줄이자. 불과 며칠을 걷게 되더라도 하루 7시간 이상을 걷다보면 하체에 실리는 하중이 엄청나다. 카미노 800km 를 걷고 나면 체중 빠지는것은 기본이겠지만 체력을 충분히 단련하여 산티아고 현장에 후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안 그러면 개거품물을 수 있음)

스페인어 몇 마디쯤 공부해두자
"돈데 에스따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가 어디인가요?) 의 뜻으로 무한응용 가능하다.
"올라" 는 안녕하세요 라는 뜻이다.
"부엔 카미노"는 익숙한 인사.
이 몇마디로 해결하고 나머지는 짧은 영어와 바디랭귀지로 통했다.

서바이벌 영어도 학습해두면 좋다
센티는 이번 여행으로 파란눈에 노란머리 공포증을 떨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서양애들이 영어를 못하는 것이었다. 오오 이 통쾌함이란. 그래서 서바이벌 영어를 마구마구 해대었다. 어차피 같은 콩글리쉬로 대화는 잘만 통했다.

산티아고에서 듣게 될 용어정리

순례자
순례자는 산티아고 길을 걷는 모든 이들을 칭한다. 이들을 상징하는 상징물은 지팡이, 흰 조개껍질 악세사리이다. 하지만 여행객과는 거리가 먼 허름하고 피곤에 찌든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순례자임을 알아본다.

알베르게

알베르게는 순례자들이 알베르게는 두 종류로 나뉘는데 공립과 사립이다. 무니시펄 알베르게는 공립 알베르게를 뜻하는 말로 3~6유로 사이의 비용을 받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기부를 받는 곳도 있다. 공립 알베르게는 2~3유로 비싸지만 규제가 덜 엄격하고 세탁서비스는 셀프가 아닌 직접 해주기도 한다.
알베르게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주로 인터넷, 세탁 및 건조기 사용은 1~2유로를 투입하면 사용 할 수 있다. 시설에 따라 간단한 요리를 해먹을 수 있는 조리기구와 순례자들이 남기고 간 간단한 양념 등으로 한끼 식사를 차릴 수도 있다. 본인에게 필요 없는 물건들을 기부하고 다른 순례자들이 기부하고 간 물건들 중 나에게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가져갈 수 있다.




호스피탈레
알베르게에 있는 자원봉사자이다. 카미노를 마친 사람들만이 자격이 되며 먼저 길을 완주한 선배로서 많은 조언과 안내를 도맡고 있는 사람들이다.

크레덴시알
카미노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생장에 도착과 동시에 순례자협회에 등록한다. 순례자여권을 만들고 호스피텔레의 설명을 듣는다. 길의 방향과 주의사항을 안내해준다.




부엔카미노
카미노 길에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용어 '좋은 길' 이라는 의미이다. 마을 사람들과의 인사도 친구들과 헤어질때의 인사도 모두 이 단어 하나로 통한다.

시에스타
스페인어로 낮잠을 뜻하는 말이다. 스페인 사람들은 낮 2~5시까지 짧은 잠을 즐기는데, 모든 가게가 문을 닫는다.
배고픈 순례자들에게 이 시에스타만큼 적적하고 서글픈 시간도 없을것이다. 새벽에 출발해서 오후에 도착할 때쯤 모든 마을은 쥐죽은 듯하고 마침 비상식량도 떨어졌을때 그 서늘함은 극에 달한다. 2~3시쯤 마을에 도착해서 같이 시에스타를 즐기고 5시 이후에 활동하는 패턴도 좋다.



산티아고식 생활의 발견


Bar 에서 주문하기
마을마다 바는 필수구성요소다. 간단하게 샌드위치, 바게트, 또르띠아, 커피는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시에스타 시간에 휑한 마을일지라도 Bar은 웬만하면 열려있어서 정말 배가고프고 음식을 구할데가 없을때 찾아가면 적격이다. 스페인식 에스프레소 맛도 일품인데 유유가 들어간 커피는 '카페 콘 레체' 에스프레소를 즐기고 싶다면 '카페 솔로'라고 하면 된다. 사이즈는 '프리티'의 작은 사이즈와 '그란데'의 대용량 사이즈가 있다.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기
순례자 메뉴를 파는 레스토랑마다 '순례자 코스요리'를 선보이는데 이는 3가지 코스요리를 말한다. 3~4가지 메뉴를 놓고 하나씩 선택하며 주문한다. 빵은 기본으로 나오고 물과 와인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 전채요리는 스프나 샐러드 혹은 스파게티 정도로 가볍게 나오고 메인 요리는 연어구이나 감자칩을 곁들인 스테이크 정도. 마지막으로 디저트로 마무리 된다. 10유로 내외로 책정이 되며 밥을 만들어 먹기 귀찮은 날이거나 주방시설이 없는 알베르게에서 묵게 될 경우 이용한다.





여행이 피곤이 되고 스트레스가 되고 고통이 되면 더 이상 여행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즐기기 위한 요령이 필요하다. 
나름 정리한 즐기기 요령을 소개한다. 산티아고 여행이 육체는 고단하지만 이렇게 즐긴다면 정신적인 휴양여행이라고 정의해도 되지 않을까?


걸음 자체를 즐겨라
길이라고 다 같은 길이 아니다. 숲길 들판, 포도향이 지천으로 나는 길, 올리브가 알알이 맻힌 풍요로운 길, 흙먼지가 폴폴 날리는 길, 다 수확한 포도가 말라가는 와이너리 길, 초코 볼 같이 점점이 떨어진 양똥으로 가득한 길, 때론 폭우를 만나 진창길로 걸음을 옮기기 어려울 때도 있다. 이런 다양한 길을 걸을 수 있다는것이 얼마나 축복인가. 이 모두 즐겨라 그러면 길이 말을 걸어온다.







슬로우를 즐겨라
머물고 싶으면 하루 더 머무르자. 부상을 입었다든지 움직일 수 없는 피치 못할 사정이 없는 한 공립 알베르게는 원칙적으로 하루 이상 머물 수 없다.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 알베르게는 융통이 있다.
나의 경우 한국어로 씌어진 환영문구와 통나무 장작을 태우는 벽난로에 반해 사설 알베르게에서 하루 더 머물렀다.
알베르게 자체가 아닌 마을에 반해서 더 머무를 생각이라면 1-2Km 근방에 있는 다른 알베르게를 찾기도 한다
걷다 지치면 쉬어가라. 마라톤 경기하듯이 가면 결국 나만 지치게 되어있다.






친구사귀기를 즐겨라
글로벌 마인드는 다른게 아니다. 하루 종일 걷다보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눈인사도 무수히 나누게 된다. 혹여 같은 숙소에가도 묵게된다면 먼저 말이라도 걸어보자.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면 그날 밤 파티를 즐겨보자. 인종 국가를 넘어 세계공용어이니 바디랭귀지만으로도 즐거운 파티는 가능하다. 라면스프 혹은 고추장 정도는 센스있게 가져가 것도 코리안 푸드를 기억에 남게 하는데 좋다.



 

 

산티아고 도보여행은 식도락파의 입이 즐거운 여행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친구들만 좀 사귀어 놓으면 이곳에서도 다양한 국적의 요리를 맛 볼 수 있다. 또한 충분히 창작요리도 가능하다(도시락까지도). 산티아고에서 즐겼던 간단한 음식과, 생존요리를 소개한다. 그리고 기타 잡다한 팁들도. 이렇게 몇 가지 팁만으로도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쿠킹로망 초간단 생존레시피

좁쌀 파스타 라면수프 
재료 : 초리스, 라면스프(신라면), 파스타

레시피랄것도 없다. 위 세가지 재료를 넣고 그냥 끓여먹으면 된다. 한국에서라면 자취생의 찌질한 식단이 되었음이 분명할 라면국물에 밥 말아먹는게 먼 이국땅에서는 로망이될 줄이야. 
친구가 챙겨준 라면스프 3개를 고이고이 간직하다가 언젠가는 뜨거운 물에 믹스커피대신 타먹으리다...라고 만 생각했다가 아주 우연찮게 발견한 파스타를 보고 요런 생존요리법을 생각해냈다.

파스타 이름은 모르겠고, 그냥 편의상 좁쌀파스타라고 부른다.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어슬프게 고기국물까지 우려내었다며 라면의 고급화를 외쳤다.

산티아고여행시 라면스프는 필수다.




얼렁뚱땅 상치쌈
재료 : 참치캔, 양상치, 마늘, 양파, 볶음 고추장

라면스프만큼 필수품 볶음 고추장.  저 고추장과의 재회는 약 보름후에 이루어졌다.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모두 뺐기 때문이다.  보름만에 고추장을 만났으니 그 기쁨 얼마나 컸으리오. 얼른 초간단 요리를 만들어먹었다.
이 요리(?)의 가장 큰 미덕이라면 주방시설히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참치캔을 따고 채소를 씻고 썰기만 하면 코리안 푸드가 완성되는 것이다. 주먹만하게 쌈을 싸서 매운맛에 눈물 찔끔 흘리며 먹는 장면을 외국인 친구들은 신기하게 바라봤다. 들어는 봤나, 코리안 트레디셔널 소스~~고추장 !!

 


알뜰로망 샌드위치
재료: 이름모를 빵, 양파, 훈제슬라이스햄

바게트에 지칠만큼 지쳤다면 새로운 빵을 선택해보자. 방석만한 빵 발견. 1.5 유로라는 환상적인 가격. 더군다나 맛있어보이기까지. 상추쌈 싸먹고 남은 양파를 가지고 다음날 도시락으로 샌드위치 당첨. 바게트에 응용해도 훌륭한 도시락이 된다.  초반엔 보이던 '바(Bar)'도 안 나타나고 배고픔에 지칠 때, 와삭 베어무는 센티표 생존샌드위치야 말로 최고의 만찬 !!!  





생존에 필요한 치료제

콜라 대신 비타민
카미노를 걸으면서 처음엔 콜라 생각이 간절하다. 실컷 걷고 나서 들이키는 콜라 한잔의 쾌감. 목구멍을 따끔하게 타고내려가며 가슴을 뻥 뚫는 듯한 콜라만 생각하면 아찔했다. 콜라 혹은 환타 한 캔에 2유로 미만. 매일 마셔대는 콜라에 지출되는 돈이 슬슬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할 무렵 새로운 대체제가 나타났다. 바로 물에 녹여마시는 비타민. 2유로도 안하는데 수십알이 들어있다. 맹물에 두알 넣고 두면 뽀글뽀글 자동 탄산발생. 오렌지 환타맛이다.

밴드 대신 콤피드
콤피드라고 물집났을때 붙여주는 실리콘 밴드같은게 있다. 순례자들이 다니는 길의 모든 약국에 존재한다. 한국에서 굳이 바리바리 싸들고 갈 필요가 없다. 매일 샤워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매일 갈아줘야 하지만 콤피드는 한번 발라 놓으면 아물 때까지 방수가 되고 속에서 아물게 되므로 잦은 교체로 인한 귀찮음이 덜하다.

약은 한국에서
유럽에서 유통되는 약들은 유럽인들의 규격에 맞췄기 때문에 현지에서 배드벅에 물렸다거나 물갈이로 인한 통증이외에 단순한 두통, 피로감은 한국에서 가져간 약이 더 낫다.


 

 

 

 

미술사로 보는 유럽 산티아고

http://giambologna.blog.me/50164364522